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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대로/따뜻한 하루

[따뜻한 하루 - 명언] 400년 전의 편지, 그리고 사랑

1998년 경북 안동 택지 개발 현장.

분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잘 보존된 유골과 함께

'원이 아버님께..'로 시작하는 한글 편지 한 장 발견됩니다.

원이 엄마의 편지 내용 일부입니다.


당신 늘 나에게 말하기를 둘이 머리가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시더니,

그런데 어찌하여 나를 두고 먼저 가셨나요?

"여보, 남도 우리 같이 서로 어여삐 여겨 사랑할까요?

남도 우리 같을까요?"라고 당신에게 말하곤 했는데,

어찌 그런 일을 생각지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나요?

이런 천지가 온통 아득한 일이 하늘 아래 또 있을까요?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있을 뿐이니

아무래도 내 마음 같이 서러울까요?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자세히 와 말해주세요.

꿈속에서 이 편지 보신 말 자세히 듣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써서 넣습니다.

이 편지를 보시고 제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저는 꿈에서 당신 볼 것을 믿고 있나이다.

몰래와 보소서.


-병술(1586년) 유월 초하룻날 집에서 아내가 - 


이 글의 남편은 어린 아들 원이와 임신한 아내를 남기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응태(1556~1586)로 확인되었습니다.


종이가 귀했던 당시 아내는 떠나는 남편에게 주려고

여백까지 빼곡하게 채워 글을 썼습니다.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아내의 애절함과 원망,

꿈에서라도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아내의 애틋한 마음이 절절히 배어납니다.


수백 년이 지났지만, 이 편지는 원이 엄마의 간절한 사랑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수신인은 이미 망자가 되었으니 400년 후 우연히 발견되기 전까지

이 편지는 아마도 글쓴이 외에는 읽히지 못했을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을 것을 알면서

죽지 않을 것처럼 열심히 살아갑니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이별할 것을 알면서도

영원할 것처럼 열심히 사랑합니다.


그래도 그게 더 좋습니다.

끝이 있다고 미래를 염려한 나머지

오늘 '사랑'하지 않는 것은 참 어리석은 짓입니다.


400년 전에 편지 한 장이 지금도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건

당시를 살아가던 그들의 사랑이 너무도 애절하고 진실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영원할 것처럼 열심히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사랑하십시오.

영원할 것 처럼, 열심히, 진실하게...

오늘의 명언

만일 내가 사랑을 알게 되었다면 그것은 당신 때문입니다.

-헤르만 헤세-

이 글은 따뜻한 하루에서 제공되는 제 메일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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